영화 <헤어질 결심>을 통해 또 한 번 박찬욱 감독의 섬세하고, 어두운 느낌의 연출을 오랜만에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배우 박해일과 탕웨이가 다양한 감정을 완벽하게 연기하면서 보여주는 오묘한 매력은 영화의 몰입도를 높이기에 충분했다. 의심에서 관심으로 그리고 결국 이해하는 마음으로 변하가는 모습을 오묘한 매력으로 보여준 영화 <헤어질 결심>에 대해 적어본다.
묘한 뉘앙스를 풍기며 관객을 매료시키는 영화 <헤어질 결심>.
박찬욱 감독의 새롭게 연출한 영화 <헤어질 결심>을 관람하고 왔다. 나는 사실 박찬욱 감독의 모든 영화들을 다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다. 모호한 경계에 있는 감정의 표현을 자신의 영화에 자주 표현하는 박찬욱 감독의 연출 스타일은 분명 호불호가 나뉘게 만들기 때문이다. 또한 그의 영화는 누군가에겐 섬세하고 흥미를 일으키는 작품이라고 느끼게 할 수도 있지만 다른 누군가에겐 어렵고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나에게 박찬욱 감독의 영화는 대부분 어려움과 지루함을 주기보단 신선함과 주인공들의 감정을 해석해 나가는 재미를 주는 작품이 많다. 특히 박찬욱 감독의 작품은 여성 캐릭터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영화들이 많은데 그런 부분이 나의 성향과 잘 맞아서 <헤어질 결심>을 관람하러 가는 길이 설레고 즐거웠다. <헤어질 결심>에 출연하는 배우 박해일과 탕웨이를 이미 예전부터 좋아했기 때문에 두 배우의 출연만으로도 영화를 보러 가기엔 충분한 이유가 되었고, 영화의 기사를 읽으며 박찬욱 감독이 직접 영화에 대해 소개한 내용들이 재미있게 느껴져서 부푼 기대감을 안고 영화를 관람했다.
영화를 통해 나의 시각으로 바라본 색깔의 연관성.
영화 <헤어질 결심>을 관람한 관객들 중 세심하게 영화를 관찰한 분들이 있다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나는 영화를 보면서 배우뿐만 아니라 주변 배경이나 사물들을 자주 관찰하는 편인데 유독 영화 속에서 원색으로 표현된 옷이나 도구 혹은 물건들이 눈에 띄었다. 그리고 사물의 색깔을 통해 보여주는 캐릭터들의 감정선을 추측해 보았다. 먼저 영화에서 남자 주인공을 맡은 해준(박해일)은 여자 주인공인 서래(탕웨이)를 의심하는 역할이다. 해준이 등장하는 장면들을 면밀히 살펴보면 빨간색의 사물들이 자주 등장하는데 사고가 난 서래의 남편 기도수의 옷 색깔과 그의 가방, 바위산을 오를 때 해준이 사용한 장비, 지갑 등이 마치 이 사건을 의심하는 해준을 표현하는 듯한 색깔이 빨간색임을 보여주는 듯하다. 반면 서래가 보여주는 색깔은 파란색이다. 서래가 파란색 스웨터를 입고 나오는데 해준이 서래에게 묘한 감정을 느낄수록 해준의 주변에 나타나는 색깔들이 빨간색이 아닌 파란색으로 변하기 시작한다. 해준이 등장하는 장면에서 파란색 넥타이를 하고 파란색 수영장에 등장하는 모습 또한 해준이 서래에게 스며들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한다. 그렇게 붉은색의 해준과 푸른색의 서래가 점점 서로에게 묘한 감정을 느끼게 되면서 붉은색과 푸른색이 섞인 초록색의 사물들이 많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서래의 초록색 옷과 초록색 소파, 초록색 재떨이 그리고 해준의 초록색 배게와 초록색 마스크 같은 색깔들이 두 사람이 융화되어 간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그 이후에도 해준과 서래를 지켜보면 이 세 가지 색상으로 그들의 감정을 다양하게 표현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런 내용을 알고 영화를 본다면 영화를 더 재미있게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자신의 연출 색깔이 명확한 박찬욱 감독.
관객들 보기에 박찬욱 감독의 작품들이 호불호가 갈림에도 불구하고 박찬욱 감독이 대단한 감독임은 분명하다. 박찬욱 감독은 칸 영화제에 존재하는 7개의 상 중 심사위원 대상, 심사위원상, 감독상을 수상했다. 칸 영화제에서 받을 수 있는 7개의 상 중 남우주연상과 여우주연상을 뺀 감독이 받을 수 있는 상은 5개뿐인데 그중 3개는 받았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업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박찬욱 감독은 <헤어질 결심>을 관람할 관객들에게 그동안 작품을 통해 만들어진 자신의 대한 선입견을 버리라고 조언했다. 그렇게 말한 이유는 이전 영화들이 자극적인 경험을 느끼게 하는 영화였다면 <헤어질 결심>은 그윽하고 미묘하게 관객이 자연스럽게 작품에 관심을 갖고 매력을 느끼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한 박찬욱 감독과 오래전부터 함께 작품을 만들어온 정서경 작가는 이 작품의 특징이 해준과 서래 두 사람이 수사를 하는 모습에서 마치 연애를 시작하는 연인을 보여주는 듯한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 재미와 단순히 수사를 하는 장면이 아닌 그 이면에 숨겨진 두 사람의 오묘한 뉘앙스와 감정들을 느끼는 재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부분 이외에도 이 작품에는 내가 생각한 미묘한 감정과 우아한 표현들이 드러나는 장면들이 있는데 그것은 직접 관람하며 느껴보는 것이 더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
박해일과 탕웨이의 오묘한 매력이 돋보이는 영화.
영화를 관람한 관객들의 아쉬운 평가 와는 다르게 나는 영화를 보며 해준과 서래가 보여주는 로맨스가 생각보다 설레는 기분을 느끼게 해 줘서 놀랐다. 그래서인지 둘이 같이 나오는 장면이 나오길 기다리기까지 했다. 영화의 중심이 되는 이야기는 생각보다 긴장감을 주고 무거운 느낌도 있었지만 해준과 서래가 보여주는 감정과 행동을 통해 재치 있고 재밌는 장면들을 보여주며 영화의 무거운 분위기를 해소시켰다. 그리고 특히 눈에 띄었던 부분은 영화의 앵글이나 표현방식, 연출 등이 만들어내는 장면들이 너무나 아름다웠다는 것이다. 그렇게 해준의 시선에서 영화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우리는 서래의 감정을 조금씩 이해하게 되고, 영화의 제목처럼 헤어질 결심이 어떤 것이었는지에 대해 여러 가지 결말을 생각하게 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