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 2022. 6. 9.

브로커, 고요한 호수 같지만 입체적인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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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연출한 고요한 호수 같지만 입체적인 영화 <브로커>를 관람하고 왔다. 2022년 칸 영화제 경쟁 부분 진출작이자 대한민국 남자 배우로서는 처음으로 배우 송강호가 세계 3대 영화제인 칸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게 되었다. 2018년도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송강호가 이 작품을 통해 함께 작업하게 된 것만으로도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이목을 끌기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이 영화는 개봉 전부터 기대감이 굉장히 높았는데, 관람을 하고 온 개인적인 느낌은 영화의 호흡이 생각보다 길고 조금 느리다는 느낌을 받았다.

영화 브로커

칸 영화제에서 영화를 공개한 후 조용했던 반응들과 시사회가 끝난 직후의 평가들을 돌이켜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는 게 어느 정도 예상이 되기는 했지만 어찌 보면 배우들의 여러 사연들 속에서 좀 더 밀고 당기는 연출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다. 아무래도 영화의 유명세나 이슈로 인해 극장을 찾는 관객들은 영화를 보면서 생각보다 전개가 느리고 흥미도도 떨어질 수가 있다. 내 옆자리에 앉아 있던 관객 분만하더라도 영화가 끝나고 난 후 영화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모르겠다며, 칸 영화제 출품작이라고 하길래 뭔가 특별한 요소가 숨겨져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지루하기만 했다고 표현을 할 정도였다. 반면 영화를 같이 본 일행은 영화가 너무 잔잔하고 따뜻했다고 표현을 하며 영화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다고 평가를 했다. 이런 점을 미루어 봤을 때 개봉 한지 2일째인 이 시점에 앞으로 상영되는 기간 동안에도 영화에 대한 평가나 호불호는 분명히 갈릴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특유의 감성을 영상에 담아내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히로카즈 감독은 분명 자신의 색깔을 가진 좋은 감독이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를 보면서 히로카즈 감독의 <어느 가족>이라는 작품이 떠올랐는데 이 영화에서는 한국의 감성과 문화가 입혀져 있는 작품이라 감독이 원하는 스타일대로 이끌고 가지 못한 부분도 느껴졌다. 영화 중간중간 감독의 감성을 표현할 듯 보이는 장면들이 있었으나 그림에 덧칠을 하다 멈추는 것 같은 애매하고 아쉬운 느낌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을 대단히 평가하는 이유는 전형적일 수 있는 이야기를 조금은 뻔하지 않게 다채로운 시각으로 소영(아이유)을 바라볼 수 있게 연출한 것이 너무 좋았고, 배우들의 숨소리 하나조차도 의미를 부여하듯 담아낸 몇몇 장면들이 마치 고요한 호수 같은 잔잔하고 입체적인 감성을 잘 담아내었다고 생각한다. 보통 화려한 영화를 볼 때면 재미있지만 어느 순간 피로감을 느낄 때가 있다. 그런 영화와는 다르게 히로카즈 감독의 특유의 연출은 영화 안에 몇 군데 빈 공간을 만들어 줌으로써 내 생각과 감정을 영화에 담을 수 있게 만들어준 관객을 위한 감독의 배려라는 생각이 든다. 

각자의 캐릭터에 충분히 몰입한 배우들.

영화의 스토리라인이나 전개, 연출들이 아쉬울지언정 배우들의 연기는 나무랄 데 없었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배우들은 각자 자기가 맡은 역할의 내면을 충분히 공부하고 받아들여서 연기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속에서 자신은 선의로 일하는 거라고 얘기하는 상현(송강호)은 베이비 박스를 통해서 사건을 만들어가는 인물로서 상현이 살아온 지날 날들도 그렇게 행복하고 아름다운 삶은 아녔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상현이 하는 행동이나 표정, 말투에서 보이는 부분들은 현재 자신이 살아가고 있는 환경이 좀 열악하더라도 행복해지기 위해서 스스로 더 노력하는 인물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상현의 파트너로 나오는 동수(강동원)는 아이들은 가정에서 자라야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는 인물이다. 그만큼 자기만의 사명감이 강하고, 본인도 보육원에서 자랐기 때문에 버려지는 아이들에 대한 마음을 잘 알고 그런 마음을 강동원은 더 동수라는 역할에 담으려고 노력한 것 같다. 영화가 중반부를 지나 후반부로 넘어가면서 동수는 소영이와 우성이를 통해 좀 더 마음의 문을 열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꿔간다. 알 수 없는 아픔을 간직한 소영(아이유)은 우성이의 엄마라고 표현하는 게 가장 맞는 표현인 것 같다. 우성이의 엄마로서 소영이는 성인이지만 아직 어린 모습, 인간으로서 아직 삶의 가치관이나 생각들이 정리되지 않은 모습들이 보는 이로 하여금 안쓰럽기도 애잔하기도 했지만 그런 모습들이 관객의 입장에서 보기에 소영 역을 맡은 아이유는 소영이라는 캐릭터의 연기의 결을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마치 아이유가 출연했던 <나의 아저씨>라는 드라마에 이지안 캐릭터가 생각났는데 아이유는 확실히 가수로서의 재능도 굉장하지만 배우로서의 재능도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나다는 생각이 들었고, 앞으로 하게 될 작품들도 너무나 기대가 되는 배우 중 한 명이다. 상현의 여정을 쫒는 형사 수진(배두나)은 영화 속 대부분의 장면이 잠복 미행이기 때문에 그들을 굉장히 밀착해서 관찰하고 옆에서 지켜보며 추적해 나가는 인물이다. 배두나는 형사라는 역할에 집중해서 연기했다기보다는 우리의 일상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인간적인 모습을 연기하였고, 그 부분이 과하거나 넘치지 않게 다른 캐릭터들과 잘 융화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수진이라는 캐릭터 자체가 맡은 일에 대한 성취욕이 강해 보이고 자신의 일에 대한 욕구가 강한 인물이기 때문에 배두나가 수진이라는 역할을 연기했기 때문에 자칫 튀어 보일 수 있는 수진을 영화에 잘 스며들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수진을 믿고 따르는 후배 형사 이형사(이주영)는 수진과 함께 상현 일행을 쫓는 형사 역할이다. 영화 내내 차 안에서 숙식을 해결하면서 잠복하는 콘셉트가 많은데 이형사는 선배 형사인 수진에 대한 애정이 바탕이 되어있고, 영화 안에서도 수진과의 연기 호흡이 굉장히 잘 맞는다.

소영을 중심으로 바라보는 다각도의 시선.

이 영화는 소영과 우성이의 이야기가 이 영화의 중심축이다. 그렇게 때문에 영화를 관람하면서 나는 계속 소영의 시점으로 영화를 보고 있었다. 하지만 영화가 진행되면서 어떤 때는 동수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고, 어떨 때는 상현의 인생사에 대해 애잔한 마음이 들기도 했으며, 마지막엔 수진에 시선에서 마음이 쿵 하고 닿게 되었다. 이렇듯 영화는 여러 각도의 배우들의 시선에서 영화가 만들어진다. 그리고 그런 다각도의 시선 때문에 이 영화가 쉽게 지루해질 수 있는 부분을 잡아주었다고 생각한다. 영화를 보면 각각의 캐릭터가 소영을 바라보는 시선이 다 다르다는 걸 느끼게 된다. 동수가 바라보는 소영, 상현이 바라보는 소영과 수진이 멀리서 지켜보는 소영까지 각각의 캐릭터가 각자의 마음을 담아 투영해내는 모습을 배우들이 연기해내며 소영을 좀 더 이해하는 마음을 갖게 되고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는 재미를 선사한다.

흥행 영화와 예술영화의 모호한 경계.

영화를 관람하면서 마음이 뭉클해지는 지점들이 있었다. 뭉클하고 먹먹했던 시간들이 지나고 영화가 따뜻한 결말을 향해 다가가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게 고레에다 히로카즈 특유의 감성과 연출이 잘 묻어난 영화라고 생각한다. 밀고 당기듯 높낮이가 확연한 다이내믹한 영화를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잔잔하고 착하게만 그려진 영화이지 않은가 싶은 생각도 들어 대중적인 영화로서의 매리트는 확실히 잘 모르겠다. 하지만 영화라는 작품이 흥행만을 바라보고 만드는 것이 아니기에 그런 부분에서 생각한다면 영화를 대하는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만큼 이 영화가 많은 영화인들에게 관심받고 이슈가 되었기에 갖게 되는 기대감에 대한 이면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끝으로 수진 역으로 나온 배두나가 사건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며 조금은 무기력하게 보이기까지 했었는데 후반부에 내가 생각했던 모습이 아닌 따뜻한 인간미를 보여주어 더 뭉클함을 만들어 낸 것 같다. 영화를 보면서 나중에 이 영화를 생각했을 때 나는 배우들이 많이 생각나는 영화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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